36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36년전. 그러니까 1980년 2월 6일 바로 오늘 새벽 1시즘.. 그날은 아주 추웠다고 한다. 함박눈이 솔솔 내리는 날이였다고 하는데, 집에서 태어났다. 지금이야 늦둥이가 아니겠지만 당시로서는 늦둥이 축에 속했다. 내 위로 7살 누나, 5살 형이 있었으니까. 아주 가난했다 아주.. 남의 집에 세방살이였으니까.


뭐랄까.. 그런데도 그때 그 집을 생각하면 정겹다라고 할까.. 마루도 있고 안방도 있고 누나, 형이 함께 지냈던 방도 있었던.. 아 물론 부엌도 따로 있었다. 마당도 있었다. 마당 한켵에는 콜라병으로 영역을 나눈 정원도 있었다. 아주 작은 정원.. 


그때가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렇게 아이폰, 컴퓨터, 모니터 두대.. 인터넷으로 모든것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라니.. 그때 부엌에는 곤로가 있었다. 휘발류 곤로. 집 밖 마당에 한켵엔 빨래터도 있었다. 정말이지 오래된 딴 세상처럼 느껴지는데 그게 36년밖에 안된 이야기라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당시에 고무신을 신고 다녔었는데 말이지...


딴 세상에서 시간 여행을 하다 이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온 느낌... 고작 36년인데 이렇게나 변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주 어렸을적에 기억한켠에 남아 있는 필름들... 다를 믿지 않겠지만 2살이였던 때에 기억도 남아있다. 아기몸으로 누워서 먹었던 우유를 토하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엄마.. 마루를 기어다니던 때.. 머리를 감길려고 나를 안았던 때... 2살 3살때의 조각조각된 기억들이 선명하다. 


최근에 그때의 기억이 자주 난다. 놀라웠던 건 2살때에 첫 기억속에 내 자아가 말을 했다는 거.. 


"여긴 뭐지? 차가워.."


내 자아는 아이가 아니였고 이미 어른인 상태의 의식이였다. 그런 어른인 상태의 의식으로 어린시절의 기억이 여럿 남아 있다. 마치 제 삼자의 눈으로 바라본 어린기억..


그런 기억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전에도 이미 뭔가 했었다는, 이전 시절의 자아가 그대로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생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주 틀린말은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만 근례에 생각이 바뀌었는데, 이젠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남은 여생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것은 최근에 벌어진 일들 때문인데,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자꾸 이상한 인간들이 꼬이는 현상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어디가 미워서 그러는건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잘 굴러가는 인생의 챗바퀴에 다시 올라갈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방향을 잃어버린 우주선 같은 느낌...... 다 정리하고 아무도 없는 해외에서 다시 시작할까.. 요새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