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 13일 오랜만의 일기.
- 일기
- 2023. 2. 14. 00:56
너무나 오랫동안 오질 않다보니 계정조차 까먹고 있었다. 이래저래 인터넷에 많은 흔적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죽을때까지 티스토리는 없어지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지내다보니 이제 나이 40을 넘겼다. 2011년이 엊그제 같은데, 글을 쓰고 있자니 2023년이다 되었다. 시간이 점점 빨리 속도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와 더블어서 내 앞길의 중점을 점점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 고아가 된지도 꽤 되었다. 이제는 피붙이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에게도 전화는 안 온다. 그냥 법으로 정해진 틀외에는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그런 생활이 불편한 것도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리고 불안하지도 않고 그져 아무런 감정도 일렁이지 않는다.
대신 과거 고향에 풍경들이 자꾸 떠오른다. 혼자 여기저기 동네를 돌아다녔던 그 어린날의 햇살과 뭘 잘 모르는 어린이 걸음걸이.. 삼나무와 돌담,, 그 돌담안에 밀감나무들.. 내가 살았던 동네는 농촌마을이였다. 친구들의 모습도 기억이 가끔 나지만 그리울 정도는 아니다. 언제나 그들도 먼 존재들이였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러한 풍경은 여기저기 돈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다 사라져 없다. 멋진 동네였다. 아기자기한 마을이 였는데, 이제는 그런 아기자기한 동네는 없어졌다. 그래서 더 기억이 선명해지는 것 같다.
자꾸 과거의 기억들로 때로는 밤새우기도 하고 눈물을 흠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누구는 우울증이라고 하는거 같던데, 웬지 모를 기쁨, 즐거움도 있다. 회상으로 수놓는 밤이 많아진다.
오랜 기억들을 꺼내들면서도 이제 이 좀아터진 방 한켠을 차지하던 책장에 책들과 더 이상 쓸모 없어진 집기들을 모두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봄볕이 들면 청소겸 모두 정리를 할까 싶지만, 그럴때마다 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책들의 아쉬움 숨소리가 들린다. 반평생을 이고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살았는데 이걸 버려야 하다니... 옛날에 나이든 사람들이 바리바리 쓰지도 않을 짐들을 잔뜩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안갔었는데, 이제는 알거 같다.
정든 이 책들과 집기들과도 이별할 때가 왔다. 그들을 떠나보내야하는 마음이 매우 고통스럽지만 정리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운명이 있다고 들었는데, 주변을 조금 정리해야하는 운명인가 보다.
40이 넘어서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바꾸기 위해서 힘을 쏟지 말자. 가지고 있는걸 잘 지키고 최대한 잃지말자. 이제는 조금씩 삶을 정리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버려보자. 세상에 일에서 멀어지고 외면해보자. 힙겨웠던 이승에서의 삶을 떠나는날..... 그때도 혼자일텐데.... 그때는 어떻하지..... 어떻게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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