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9일.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오늘 날씨가 초봄날씨였다. 낮 기온이 14도였으니까 한 낮에는 제법 가벼운 옷차림으로 밖을 나설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주에 집주인으로부터 내 방을 보겠다고 연락이 왔다. 사연인즉, 이제 이 원룸 건물을 판다는 것이였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처음 서울에 올라오면서 여기서 쭉 살았으니.. 햇수로는 벌써 16이나 되었다. 젊은 날의 청춘을 이 건물에서 다 보냈으니 좁디좁은 이 방의 크기만큼 인생을 살았다고 여겨진다. 

성격이 대범하지 못해서 그런지, 다른이들은 빚지고 잘도 큰 집에서 살던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남들이 다 하는 동안에도 나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더 컸다. 지나고 보니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마음 편이 사는게 제일인 내가 어떤 굴레를 짊어지고 산다는 것 만큼 무서운 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평생 행복, 사랑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 그야말로 그냥 죽는게 뭔지 몰라 숨만 쉬면서 사는 사람이였다. 16년이라는 시간동안 누굴 만나거나 누군가 대화를 한 시간보다 혼자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다. 물론 직장에서 만남은 그져 사회라는 틀에서 생활을 위한 것이지  사적인 만남은 아니였다. 생각을 해보니 손에 꼽을 정도였다. 

벌써 40이 넘었으니, 거기다 집주인도 떠난다고 하니 불안 마음에 어쩔줄 모르겠다. 그나마 아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잠자리만은 별 걱정이 없었는데, 이제 주인이 바뀌고 나면 뭔가 바뀔지 벌써부터 불안한 마음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편하다. 

번듯한 직장이라도 다녔으면 대출이라도 받겠지만 뭐 하나 가진것도 없고 그렇다고 재물을 쌓아 놓은 것도 없이 여기까지 와버려서 이제는 쌓아놓은 뭔가를 잃지나 않았으면 좋으련만... 

시간 참 빠르구나.. 그리고 인생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게 그냥 숨만 쉬면서 살았으니 그 허망함이야 말해 뭣하겠냐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삶이라도 나아지기 보다는 더 잃는 일 없이 지금과 같은 평범한 삶이 유지되다 시간되면 마무리 됏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