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가족.

길고양이 가족을 만났다. 운동삼아 동네 한바퀴 돌고 집에 오는데, 원룸 주차장 근처에 새끼 고양이가 앉아 있는게 눈에 띄었다. 그 녀석을 뒤 쫓았는데, 거기서 어미와 또 다른 새끼가 함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이라인이 강한 삼색고양이 어미는 삼색 고양이 새끼와 젖소 고양이 등 총 2마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내차 밑에는 항상 길고양이를 위해서 먹을 것을 가져다 놓고 있는데, 마침 새끼를 낳아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 삼색 고양이 엄마가 찾아 온 것이다.


전날 밥 그릇을 확인해본 결과 아주 깨끗하게 비워 있길래 얼른 집에 가서 사료와 물을 챙겨서 놔뒀더니 사료를 먹기 시작하는데, 글쎄 삼색 고양이 어미의 모성을 봤다. 





길고양이들이게 먹이를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는 필수다. 그래서 그러한 먹이구하는 활동은 필사적이고 절박하기 까지 하다. 삭막한 콘크리트 더미 밖에 없는 이 척박한 원룸촌 구석에서 먹이를 구해봤자 얼마나 구하겠나. 이곳 길고양이들은 전부다 음식 쓰레기를 뒤지면서 산다. 그런 모습을 볼때면 그들의 필사적인 행동이라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받는다. 뒤에 사람이 성큼성큼 다가오는데도 손이 닫기 직전, 발길질 당하기 전에야 냅다 도망갈 정도로 먹에 대해서는 필사적이다.


이런 필사적이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새끼가 우선이라는 삼색고양이 어미. 삼색고양이도 잘 먹지도 못했는지 비쩍 말라 있는데, 새끼가 우선이라는 고양이의 모성 본능. 눈물 겨울 정도.


깊은 밤이되자 야생성이 길고양이들이 더 활발히 움직인다. 원룸촌에서의 깊은 밤은 그렇게 평화롭지가 않다. 오가는 야식배달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쉴세없이 오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밤이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집밖을 나섰다가 그 삼색 길고양이 가족을 만났다. 원룸 건물 문을 열었는데, 내가 사는 원룸 입구에 쓰레기 통에서 뭔가 필사적으로 새끼 삼색 고양이가 뒤지고 있었다. 쫓아내고 보니 사람이 먹다 버린 통조림 통이였다. 통조림 통에는 아주 조금 참치 조각들이 묻어 있는데, 그걸 먹겠다고 난리를 친것이다. ㅠㅠ 너무나 짠했다. 뭐 먹을게 있다고..


나도 모르게 냅다 마트를 향해서 내달리고 있었다. 슬리퍼를 신고 나온게 후회될 정도로 긴박하게 뛰고 있는 나를 보고 흠짓 놀라기도 했다. 마트에는 다행이도 고양이용 간식이라고 불리우는 생선사료가 있었다. 고양이용 간식 두개와 사람이 먹는 소시지 3개를 사들고 불이나케 원룸으로 향했다. 


다행이도 녀석들은 그대로 있었다. 오히려 내가 없어지자 안심이 되었는지 온갖 쓰레기들을 다 뒤지고 있었다. 그 조그마한 것들이...


참치 통조림통을 가져다가 소시지 몇조각을 놔뒀더니 용기를 낸 삼색 새끼 고양이가 나가와 가지고가서 안전한 거리에서 먹었다. 그리고 그 틈에 고양이용 간식을 참치 통조림에 부었다. 다른 것에 넣고 싶었지만 다른 그릇이 없었다. 





참치 통조림에 고양이용 간식을 붇고 더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두녀석이 달려 들었다가 한 녀석이 그것을 독차지 했다. 맞으편 차량 밑에는 어미와 다른 두 고양이가 같이 있었다. 낮에 새끼가 두마리인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세마리였다. 세마리를 어미 혼자서 먹이를 먹여야할 상황이라니...


간식을 먹는 동안에 그것을 지켜보겠다며 길 한가운데에 앉은 어미.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로 인해서 어미와 새끼는 혼비백산이 되고 튈준비를 한다. 어미가 아직 길고양이 생활을 오래하지 않은게 분명해 보였다.





어미와 삼색 새끼고양이는 냅다 맞으편 차 밑으로 숨었고 젖소 두마리가 남아 고양이 간식을 즐길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둘이 사이좋게 나눠먹나 했지만 참지 통조림자체가 너무 작아서 한 녀석이 독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젖소 새끼 고양이가 만찬을 즐겼는데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사람이 바로 앞에서 자신을 찍고 있는데도 고개한번 쳐다보지도 않는다. 먹는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나머지 한 개남은 고양이용 간식은 내 차량 밑에 고양이 먹이 그릇에 부어놨다. 녀석들이 찾아서 먹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넣었는데 아무래도 삼색 고양이 가족들은 원룸촌 아랫방향으로, 길을 내려가는 방향으로 이동중이여서 아마도 먹지는 못할것 같다. 그래도 다른 녀석들이 만찬을 즐길 수도 있으니 된거 아닌가.


어미 고양이와 새끼 세 마리. 전부 살릴 수 있을까.. 길고양이의 생존율은 매우 낮다. 더군다나 새끼 길고양이의 경우는 더욱 더 낮다. 다섯 마리 새끼중에 한 마리만 건져도 성공했다고 할 정도다. 이 어미와 새끼들을 눈때중으로 봤을때에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듯 보였다. 새끼들이 태어난지 얼마 안된것을 감안해도 그랬다. 특히나 어미의 경우에도 새끼를 낳은 어미같지 않게 말라 있었다. 


인간이 길고양이 삶에 간섭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그들도 자연의 섭리대로 삶과 죽음을 오간다. 그런데도 저 어미와 세마리는 다 살리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든다.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기도 하지만 새끼를 살리겠다는 어미의 노력에 경의마져 든다. 어느 생명인들 안 귀하겠냐만은 어린 생명을 꼭 먹여야겠다는 그 어미의 간절한 울음 소리를 외면한다면, 인간이기에 많은 것을 그들에게 해줄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 앞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더 큰 죄의식은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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